"형,아이폰 영상통화 되나요?"
마지막으로 재용이와함께 했던 이야기....
"왜? 핸드폰 바꾸게?"
"아 아버지 해드리려구요"
"그럼 너도 같이 바꿔그냥,아이폰은 아이폰끼리만 영상통화돼~!ㅋㅋㅋ"
"형,저 아이폰 주문해도 죽기전에 안올것같아요 ㅎㅎㅎ"
"야,개소리말아 그딴소리 하지마"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고 약 한달뒤
재용이(흐음냐링)의 전화번호로 문자가 왔습니다
"우리 재용이 좋은곳으로 갔습니다,형들 친구들 걱정할까봐 발인 다 마치고 연락드려요"
아무 생각없이 집에서 게임을 하다가 받은 문자...
당황한 나는 전화를 걸었고 전화는 재용이 어머니가 받으셨습니다
"재용이 떠났어요,기억해줘서 고마워요,재용이도 고마울꺼예요"
그렇게 재용이는 짧은 생을 마감하고 떠났습니다.....
재용이를 처음만난건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4년정도 됐습니다,당시 재용이는 하우즈 스즈키의 벨라라는 모델을 타고있었습니다
삐쩍말라서 모자를 쓰고있던 재용이를보고
"야 너 어디 아프냐?"
너무나 가볍게 장난처럼 물어봤던게 지금도 두고두고 미안합니다
"네 형 저 몸이좀 안좋아서요~헤헤"
그러고 얼마뒤 재용이는 이미 암과 싸운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다는걸 알게됐고,
사실 바이크 타는것을 좀 말리기도 했습니다
"야 너 진짜 피나면 큰일난다면서,그냥 어지간하면 타지마 새꺄"
이렇게 장난처럼 뭐라고하면
"형 전 나중에 할리탈꺼예요 할리 ㅋㅋ"
"야 니가 무슨 할리야,할리는 아무나 타냐? 니가 할리탈때면 난 BMW타겠다"
"형 전 진짜로 할리탈꺼예요 보세요 ㅎ"
사실
재용이와 멀리 떠난적은 거의 없습니다
한참 남산이 라이더들의 모임장소로 쓰일적에 남산에서 만나서 퇴계로에서 밥먹고,뭐 이런 별스러울것 없는 만남들만 있었죠
사실 몸상태도 많이 걱정되고 멀리갔다가 무슨일이 생길까봐 시외를 벗어나본적이 한번도 없었는데,딱한번 파주를 간적이 있습니다
당시 윤수(댕굴)이가 군생활을 하고있었는데 윤수의 친구이자 같은 바겔에서 활동하던 주원이(오늘도쾌변)와 윤수 면회가자고 갈사람 있냐?라고 글을 남겼는데
"형 저요~!저 갈께요!"
"야 너 진짜 갈수있어?"
"네 언제 어디까지 가면 되요?"
차마 오지 말라고 말할수가 없어서 그냥 오라고 했는데,
이녀석이 아주 가관이였습니다
무더운 여름날이였는데
꼴랑 하프페이스 하나에 반팔 반바지만 입고왔거든요,
저와 주원이는 야이놈아 너 넘어지면 어떻하려고 몸도 약한데!!
라고 핀잔을 했습니다,그때 좀 서운해하던거같은 눈치였는데 형들이 다 본인을 걱정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벨라를 타고 저와 주원이와 함께 면회를 다녀온뒤
재용이는 한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나중에 부모님이 말씀해주셨는데 몸이 나아지다 안좋아지다 자꾸 반복했는데 안좋아졌을때였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참만에 찾아와서 하는말이
"형,아이언 어때요 아이언?"
"무슨소리야?"
"883아이언이요 할리할리!"
"야 무슨 할리야 너 몸도 안좋은데 무겁기나 하고~"
"형 진짜 저 아이언 살꺼예요 레알 ㅋㅋ"
"야 니가 할리타면 내가 이거산다,BMW F800GS"
"헐 형 ㅋㅋㅋ저 진짜 산다니깐요"
"사보라고,산다음 예기해 ㅋㅋ"
그런데 몇일뒤,
게시판엔 재용이가 할리를 샀다고 떡하니 글을 올려두었습니다
"야 너 진짜 샀어?"
"네 제 할리는 할리할리합니다~ㅎㅎ"
"야 짱부럽다 이제 나만 F800GS사면 되네?"
"ㅋㅋㅋ근데 개무거워요"
"야 형 한번 타봐도되냐?ㅋㅋ"
"네 형 ㅋㅋ한번 뵈요~"
이렇게 말로만 언제보지?언제보지?
하다가
제가 작년 3월말에 꽤 큰사고로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몸이 나아갈때쯤,재용이한테 또 연락이 왔습니다
"형 요즘 병원에서 뭐하세요"
"그냥 TV보고 게임하고~"
"형 와우해요 와우 짱짱 잼있음 ㅋ"
덕분에 전 한동안 와우에 또 빠져살았던 기억도 있네요
그때 저 퀘스트 안도와준다고 엄청 짜증내고 그랬는데......서운하게 생각했을까요?
그러다 문병을 온다고 하길래
"야 883타고와 한번 구경이라도 해보자"
"네 형!내일뵈요~"
라고 말했는데
아....
다음날 문병을 왔는데,지하철을 타고온겁니다
"야 할리는?할리는 어딨어?"
"형 저 이제 바이크 타기 힘들어요,진짜,얼마 안남은것같아요 ㅋㅋ"
"야 개소리마 나 퇴원하면 바로 F800GS살꺼니깐 같이 사진찍자"
"형 언제 퇴원하는데요?"
"한두달이면 하겠지~"
"형 저 앞으로 한달정도밖에 못살꺼같아요 ㅋㅋㅋㅋ진짜 얼마 안남았어요 ㅋㅋㅋ"
"야 너 진짜 개소리 말랬지 그딴소리 하니깐 자꾸 약해지는거야"
"아 형 근데 할리는 타봤는데 여자친구도 못사궈보고 죽는게 너무 억울해요"
"야 형이 퇴원할때까지 치료 잘 받고있어 내가 한번 소개시켜줄만한 사람 알아볼께"
"ㅎㅎ 어차피 안되요"
"그딴소리 하지말라고 병신아"
"형 그래도 전 다행이예요,병동에 있으면 별별 사람이 다있고 처음 수술했을때 같은 병실 쓰던 사람중에 살아있는건 저뿐이예요,그래도 다른사람에 비해서 저는 집이 좀 사는편이라 죽기전에 해보고 싶었던건 대부분 다 해보고 갈수있어서요"
"야 다 필요없고 걍 살어,사는게 우선이야 형이랑 한번 달려야지"
"그랬으면 좋겠네요 ㅎㅎ진짜 형이랑 탄지 오래됐는데"
이게 마지막으로 봤을때 나눈 대화입니다
그뒤 저는 퇴원을 했고 재용이와 예기할때 산다고 했던 F800GS를 샀습니다
"야 한번 달려야지?"
"형 저 진짜 얼마 안남았어요"
마지막에 한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재용이는 여기 없네요
어머니한테 재용이가 떠났다는 문자를 받고,
재용이가 안치되어 있는곳을 가기로했는데,
재용이와 친했던 사람들도 시간이 흘러서 바이크를 접던가해서 몇 안남았더군요
같이 가자했는데....
좀 많이 실망했습니다
결국 그 수많던 사람중에 간건 저와 은비(EB),,,,
경기도 광주까지 바이크를 타고가서 재용이가 있는방을 들어가니
저는 한번도 못본,긴머리의 재용이가 있었습니다
"야 너 진짜 잘생겼네 ㅎ 그 있잖아 너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틴틴파이브라고 있는데 거기서 좀 잘생긴 맴버 닮았어 ㅎㅎㅎ진짜야 넌 모르지?넌 아직 어려서 ㅎㅎ"
이렇게 웃는지 우는지 모르게 말하며 유골함을 봤습니다
1991년생
왜이리 구슬플까요
아직 젊은데
하고싶은것도 많은데
예가 대체 뭘잘못해서 벌써 떠나는건지
그냥 다 원망스럽고 밉기도하고 근데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하하...
그리고
추모공원에 알아보니 안치함 안에 추가로 물품을 넣을수 있더군요
재용이가 생전에 타던 883모델을 넣어줄까 싶어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 저 재용이 동호회 형인데요...."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해드렸더니
그럼 49제때 안치함을 열 생각이니 그때 와서 넣는게 어떻겠냐고 하셨습니다
근데 문제는 제가 모형조립 경험이 없는데 완제품은 없고 조립해야 하는 제품만 있더군요
당시 주어진 시간이 너무짧아서 엄청 고생+날림으로 완성했습니다
49제 당일은 너무 추워서 지하철을 타고갔는데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시네요
"오토바이 타고오셨으면 했는데 너무 추워서 고생할까봐 부탁할수가 없었어요 재용이 생전에 좋아했던 소리 들려주고싶은데,우린 오토바이 탈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자꾸 눈물이 나네요
그때도 지금도
도색도 다 벗겨지고 아구도 안맞아서 허름한 883모형을 소중히 안치함속에 넣어주시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49제를 마치고 식사하고 가시라는 부모님 말씀에 재용이 일가친척분들과 친구들이 근처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정말 공교롭게도
그날이 재용이 아버지 생신이더군요
아버님이 자리에 일어나서 말씀하시길
재용이가 마지막 생일선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빠 생일 축하해주라고 선물을 주고갔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니 생일 축하해 달라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나니 아버님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었습니다
저는 재용이 친구들과 형이랑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아버님이 부르셔서 가서 예기를 나눴습니다
재용이가 무얼 좋아했는지,
무얼 잘했는지,
식구들에겐 어떤 아들이였는지
제가 모르던 재용이가 너무 많아서 정말 미안했습니다
생전에 왜 그리 너에게 나는 무심했던가 해서...
무리인걸 알지만 바이크를 처분 안하셨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한달에 한번이라도 가서 세차하고 관리하겠다고
물론 말도 안돼는것 알지만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버님은 집안에 바이크 타는사람도 없고,계속 두기도 힘들어서 처분하실 생각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제가 사겠습니다
싸게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장은 돈이 없습니다
기다려만 주시면 제가 반드시 사겠습니다
이걸 사서 전국8도를 다 돌아다니겠습니다
제용이가 못가본곳을 제가 다 가겠습니다
기다려만 주시면 제가 사겠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뭐,딱히 별말씀은 없으시더라구요
그렇게 대화를 마친후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얼마전,드디어 저는 재용이의 아이언을 실제로 만났습니다
뭐 별다른건 아니고 어머니가 시동한번만 걸어봐달라고 하신것도 있고 한번 봐달라고 하셔서요
지하주차장에 아이언은,중간중간 바이크가 빠졌음에도 주인이 없어서 저기 구석진자리,
분리수거정 옆에서 쓰래기봉투들과 함께 서있더군요
왜 그모습이 그리 서러운지,
바로 바이크를 빼서 주유하고,세차까지 하려고 했는데 잠실에서 세차하는곳을 못찾아서 일단 다시 지하주차장에 새워뒀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찌해야 하는지
지금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재용이가 지워지는것이 무섭습니다
그냥 예전에 그런애가 있었지하고 무심히 추억할까봐 두렵습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줄은 알지만
재용이가 탔던 바이크로
재용이가 못가본곳을 보여주고싶은건
저만의 욕심인건 알지만
그러고싶습니다
너와 함께 조금더 달리고싶었는데.....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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